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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소녀

소읍읍 2023. 5. 27. 15:01

죽음과 소녀 - 나의 17세를 기억해보다* 저 : 이경화* 출판사 : 주니어김영사나는 나 자신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고 제일 불쌍한 인간이라고 느끼고 있네. 사랑과 우정으로부터 기껏해야 고통이나 받았고 미에 대한 열광이 사그라질 위험에 처해 있는 나를 생각해 보게. 얼마나 비참하고 불행한지 말일세. 매일 밤 잠자리에 들 때마다 다시는 잠에서 깨어나지 말았으면 하고 바란다네. 아침에 깨어나면 생각나는게 기껏 지나간 어제의 고통뿐이라네. 나는 이제 기쁨도 친구도 없이 세월을 보내고 있다네. (P106)불안정한 가정, 그 가운데서 재희와 같은 아이들이 얼마나 많이 있을까?개인적으로는 학창 시절을 무탈하게 보낸 케이스라 요즘의 청소년 문제들이 터질때마다 참으로 안타까운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나는 어땠나? 재희처럼 17살때는...나는 재희 스타일이었을까? 피피 스타일이었을까? 도연이 스타일이었을까?개인적으로는 도연이가 참 맘에 든다.피피나 다희 같은 아이들은, 정말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아이들.우리 때도 이런 친구들이 있었으리라, 단지 티가 안 났을뿐. 또 그땐... 지금보다 조금 순수했다고 해야 하나?책 속 안의 이야기라고만 치부하기엔 요즘 여러 기사들과 오버랩이 많이 된다.설레임은 뻐근함으로 바뀌었다. 그러니까 피피, 네가 나를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너를 좋아하기 때문이구나. 몸속에 가득 고인 눈물이 이리저리 흔들리더니 요동치기 시작한다. 나는 숨을 들이마시고 들이마시고 들이마셨다. 눈물을 꼭꼭 눌렀다. (P86)생김새는 굉장히 이쁜 재희.한살 많은 오빠는 전국 석차에서 노는 수재.한의사 아빠에 가정 주부 엄마를 둔 둘째 딸 재희.그런 그녀의 가정엔 이상 기류가 흐른다.재희가 7살, 재민이 8살때 엄마는 자살 소동을 일으키는데...이 사건이 재희에겐 어떤 트라우마로 작용한다.빨강색은 아예 안쓰는 재희.10년이 지났다.이사를 갔다.공부를 심하게 못하고 항상 조용한 재희. 친구들 사이에서도 살짝 따돌림을 받는다.그리고 이상한 소문을 듣는다.새로 간 곳에서 기존 학교에서의 상처받은 마음을 치료해줄 피피라는 친구를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은 이용만 당했다.그리고 그 자리에 슬며시 들어오는 민도연.어느 정도 갇혀 있던 재희는 이곳에서는 조금 자신을 내보인다.하지만 엄마의 또 다른 소동 이후 그녀도 변한다.틱 장애가 오고 심리 치료를 받지만 그녀는 결국 죽기로 결심하는데...엄마와의 유대 관계는 거의 없고 아버지만 좀 관심 있고 그 중 오빠가 가장 의외로 그녀를 지켜봐오고 있었다.과연 재희는 변화할 수 있었을까?자살은 성공 했을까?나는 이제 그만 벗어나고 싶어. 삶의 바람이 내어놓은 구멍에 삼켜지기 전에 말이야. 그건 너무 비참하고 끔찍해. 가족들에게도 미안한 일이야. 벗어나고 있어, 벗어나고 있어, 나의 마지막 자존심으로. 삶에서 마지막으로 나에게 베푸는 배려, 나의 고통을 헤아려 너무 원망은 말아 줘. (P142)정신이 번쩍 났다. 동시에 두통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유리 폭풍이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눈을 질끈 감았다. 입술도 꼭 깨물었다. 얼마나 어마어마한 일을 저지르려고 했던가? 그건 가족들에게 너무나 잔인한 일이다. 엄마, 아빠, 오빠를 순식간에 불행으로 빠뜨리는, 가족들의 삶을 단 한 순간에 절망의 늪으로 떨어뜨리는,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 돌이킬 수 없어 속수무책 괴로워하는 것밖에 달리 할 일이 없는. 내 안에서 오랫동안 키워 온 그 괴물은 실은 내 마음과 다른 정반대의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P182) "내가 생각해 봤는데, 죽는 것보다는 미치는 게 나은 것 같애.""약속 지켜. 죽고 싶으면 차라리 미쳐."성적만을 외치는 세상, 공부 못하면 무시하는 친구들, 집에서조차 차별하는 가족들,자신의 이미지를 위해 친구를 이용하는 아이들....쭈욱.. 심각하고 화나게 달려오다 마지막에서 정신 차린 재희를 보여준다.사실 이 책안에서 도연이와 재민이가 가장 정상적으로 보였다. 현실적인 캐릭터들이라고나 해야 할까?까칠해도 속 깊고 든든한 재민이나 그냥 딱 17세 소녀다운 도연이가 그렇게 보였다.그 사이에서 이쁘지만 공부를 못해서 항상 민폐라고 생각했던 소녀 재희는 변화한다.마지막 씬, 미술실에서의 선생님과의 조우는 막판에 웃음을 터트리게 한다.청소년 소설, 내 17세를 생각해보고 요즘 시대로 고민해보는, 커가는 아이를 이해하는데 도움도 되는 괜찮은 성장 소설이다. 주제가 조금 무겁지만 말이다.  

그동안 나의 그녀 , 나 , 장건우한테 미안합니다 , 지독한 장난 등의 청소년 소설을 통해 청소년 문제를 문학작품으로 아름답게 표현해 온 이경화 작가가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청소년 자살 을 소재로 한 소설 죽음과 소녀 를 출간했다. 소설의 첫머리에서 주인공 재희는 에곤 실레의 그림 죽음과 소녀 에 자신의 현재 모습을 투영한다. 친구들에게 상처 받고, 가정에서는 공부 잘하는 오빠와 비교되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재희는 점점 외톨이가 되고, 이런 스스로를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하는 불필요한 존재라고 믿으며 영원한 잠으로서의 죽음이 주는 유혹과 안락함에 빠져든다. 왜 당당하게 말하지 못해 라는 오빠의 물음에 대답하지 못하고, 늘 자신이 말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걱정하며 혼잣말을 되뇌던 재희의 자살시도는 세상 모든 사람을 향한 절규이자 자신과 타인을 막고 있는 벽을 부수는 사건이기도 하다. 이 사건으로 재희는 주변사람들에게 표현하게 되고 타인 또한 재희의 모습과 존재감을 인정하게 된다. 저는 혼자 있고 싶어요 라고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말하는 재희, 소설 속에서 ‘자신도 신기하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재희는 자신의 자존감을 되찾고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용기를 터득하게 된다.

소녀의 눈동자
죽음의 눈동자
소녀의 간절한 소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