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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쟁이 왕도둑

소읍읍 2023. 4. 29. 21:51

일단 그림을 그린 한상언 작가의 그림을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못 그린듯하면서 해학적인 그림이 보기만해도 즐거워진다. 옛날에 도둑놈이 하나 있었는데, 늘 커다란 갓을 쓰고 새하얀 두루마기를 입고 다녔단다. 두루마기의 긴 소맷자락을 펄럭이면서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니면 사람들은 팔자 좋은 양반이구나 했지. 설마 이놈이 도둑놈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머리에 쓰고 있는 갓이며, 몸에 두르고 있는 두루마기, 발에 신고 있는 비단신, 사실 모두 훔친거야. (7쪽) 매일 시장에 가서는 이것저것 훔치는게 일이었고 먹는 것도 얼른 오물오물 훔쳐서 먹곤 했다. 예쁜 노리개를 구경하고 있는 마님을 보면 가까이 가서 머리에 있는 옥비녀를 슬쩍하기도 해서 비녀가 빠진 머리로 깜짝 놀라 찾았지만 이미 이 도둑놈이 훔쳐간 뒤였다. 그러다가 들키면 달리기실력이 어찌나 좋은지 잡을수 없었다고 한다. 걸리면 위험하다는걸 알면서도 이미 도둑질에 마음을 빼앗겨 오직 도둑질할 생각밖에 없었다. 그렇게 도둑질을 하다가 걸린 그날 도둑은 초가집을 하나 발견하게 된다. 초가집에 얼른 숨어서 지켜보니 모두들 도둑을 찾지 못하고 그냥 돌아갔다. 그래서 한숨을 돌리며 방 안을 둘러보니 온통 책 천지였다. 이왕 들어간거 뭐라도 훔쳐야겠다 싶어서 두루마기를 훔쳐서 나오려고 하다가 생각해보니 뭐라도 훔쳐나가야 할듯해 아무 책이나 한 권 뽑아나왔다. 하지만 글을 모르는 도둑은 그 내용을 알수 없었고 마친 길에서 만난 거지꼴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양반인듯한 한 사람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한다. 그 거지양반은 읽어주고 싶어도 배가 고파서 읽을수 없다고 하자 도둑은 밥을 사주었다. 밥을 실컷 먹은 거지양반은 책을 읽고 책속 내용을 이야기해준다. 그 이야기는 도둑귀신에 대한 이야기였다. 정승 대감이 오래전 나랏일로 청나라게 가다가 압록강을 건너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왠 시체가 떠내려와 무슨 일인가 싶어 물었다. 시체는 무엇이든 마음만 먹으면 못 훔치는게 없는 도둑이었는데 도둑질하다 걸려 화가난 마을 사람들에게 몽둥이로 매질을 당해 죽었다고 한다. 정승 대감은 그렇게 죽은 도둑이 불쌍해 시체를 건져다가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고 장사로 치뤄주었다고 한다. 그 은혜를 잊지 않은 귀신이 된 도둑은 정승 대감이 갖고싶어하는 모든 것을 훔쳐다 주었다는 것. 그러다보니 정승대감은 도둑으로 몰리게 되고 누명을 벗는 와중에 임금에게서 세 개의 옥구슬을 하사받는다. 그후로 평생 살면서 도둑귀신이 훔쳐온 물건을 돌려주며 혼쭐이 났다는 이야기. 그 이야기를 듣고난 도둑은 다른 사람이 도둑 귀신을 데려가기 전에 자기가 먼저 데려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압록강으로 도둑귀신의 무덤을 찾아나선다. 그리고 그곳에서 소원대로 도둑귀신을 만나게 되고 도둑귀신으로 인해 호강하며 살다가 또 다른 도둑을 지키는 귀신을 만나게 되면서 인생이 확 달라지는 이야기다. 옛이야기들은 어찌 이리 하나같이 재미있는지 모르겠다. 뻔한 이야기인데도 읽다보면 너무나 재미있어서 웃음을 지으며 보게된다. 역시나 욕심은 죄를 낳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욕심 부리지 말고 살아야 하는데 정승 대감처럼 자연스럽게 욕심이 새록새록 생겨나니 정승 대감처럼 욕심을 자제하며 그리고 욕심에 시달리며 살아갈밖에.

원하기만 하면 뭐든 훔치는 왕도둑이욕심 부리다가 알몸 거지가 된 이야기 욕심쟁이 왕도둑 은 옛이야기의 맛을 살려 이야기를 풀어나간 김일옥 작가의 창작동화입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옛이야기의 이야기 방식을 빌려와서 친근하면서도 익살과 해학이 넘칩니다. 시장에서 떡이나 훔쳐 먹던 조무래기 도둑놈이 왕도둑이 된 사연과, 지나치게 욕심을 부려서 알몸 거지가 되는 과정이 작가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과 뛰어난 상상력으로 펼쳐집니다. 스스로 노력해서 살지 않고, 남의 것을 탐내고 훔치는 도둑놈이 욕심을 부리다가 자기 꾀에 자기가 빠져 어떤 불행한 결과를 맞게 되는지 재미있게 들려줍니다. 주제에 해당하는 메시지가 건강하고 교훈적이며, 짜임새 있는 구성과 판타지적인 요소를 결합시켜 억지스럽거나 강요적이지 않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또한 작품 곳곳에 우리 속담의 맛을 살려내어 쓰인 표현들이 읽는 재미를 더욱 높여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