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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기능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기여를 한 사람들이 있다. 온전한 이름이 아니라 약자로 지칭되는 이들이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H.M.이다. 간질 치료를 위해서 양쪽의 해마를 중심으로 한 내측두엽 부분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그는 수술 이후로 기억을 잃어버렸다. 그의 사례는 기억에 관한 현재의 지식에 엄청난 기여를 했다. 수술 전 기억은 남아 있지만, 수술 후의 경험과 지식은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지 못했다. 이를 통해서 해마가 기억, 그 중에서도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하는 부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밖에도 그의 뇌와 일상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기억에 관한 새로운 것들을 밝혀낼 수가 있었고, 증명할 수가 있었고, 새로운 연구의 모티브를 제공했다. 그의 머릿글자는 거의 모든 뇌신경과학 교과서뿐만 아니라 일반생물학 교과서에도 등장한다. 그는 유명한 인물이었다. 그런데 그의 인생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그는 머릿글자로만 논문과 교과서에 등장하는 인물이었으므로 그의 인생에 대해서는 알려질 수가 없었다. 그의 이름은 헨리 몰레이슨(Henry Molaison)이었다. 이 이름은 그가 죽은 후에야 공개가 되었고, 그의 사망 이후 그에 관해서 46년 간 전담 연구를 진행했던 수잰 코킨이 그의 삶과 그에 관한 기억 연구를 밝힌 책을 낼 수가 있었다. 바로 『어제가 없는 남자, HM의 기억』이다. 수잰 코킨은 그 유명한 머릿글자, 데이터 뒤에 존재했던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해서 쓰고 있다. 그리고, 그에게서 밝혀진 기억과 학습에 관한 모든 것을 이 책에 쓰고 있다. 어쩌면 전세계의 연구실에 분양되어 불멸의 삶을 살고 있는 HeLa 세포의 주인공 헨리에타 랙스를 그린 『헨리에타 랙스의 불멸의 삶』와 비슷한 류의 책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좀 다르다. 저널리스트, 혹은 과학 저술가가 쓴 게 아니라, 헨리 몰레이슨을 직접 연구하고, 그에 관한 무수한 논문을 쓴 과학자가 쓴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헨리 몰레이슨의 삶에 대한 책이기도 하지만, 정작은 기억과 학습에 관한 최선전의 지식에 관한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더 흥미롭다. 그냥 삶에 관한 얘기가 아니라 그의 삶이 과학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기억과 학습에 관한 연구만에 한정되는 게 아니라, 그 이전의 연구가 그의 사례를 통해 반박되거나 증명되는 이야기, 그의 사례를 통해서 새로운 연구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사실 이 책을 통해서 느끼게 되는 놀라운 것은, 헨리 몰레이슨이 그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하였는지 기억을 할 수 없었음에도 자신에 관한 연구에 기꺼이 참여했다는 점이다. 그는 기억을 할 수 없었으므로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들을 정확히 이해할 수도 없었고, 그 자신이 무엇에 기여하고 있는지도 제대로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가 어떤 마음으로 자신에 관한 연구에 기꺼이 자신을 맡길 수 있었는지 솔직하게 궁금하다. 그는 30초만 기억할 수 있는 남자였다. 그것을 비극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니 비극임에 분명하다. 누구도 그런 삶을 원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저자도 지적하고 있듯이 망각할 수 없는 게 더욱 비극이다. 그리고 세상에 이름을 남기지 못하고 떠나는 사람이 대부분인 걸 생각하면
기이하고 비극적인 H.M.의 기억상실, 그리고 그가 선물한 뇌과학의 거대한 진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드라마틱한 형태의 기억상실증!
간질발작을 완화하기 위해 뇌 일부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헨리 몰레이슨에게 일어난 돌이킬 수 없는 비극. 지능과 감각을 비롯한 다른 모든 뇌 기능은 정상이고 어린 시절의 기억도 그대로 가지고 있는데, 더이상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낼 수가 없다. 어제 만난 사람, 점심 때 먹은 음식, 방금 나눈 대화, 새로 겪은 모든 것이 그의 뇌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자신의 뇌와 인생을 과학의 발전에 바친 한 남자의 초상
헨리 몰레이슨의 개인적인 재난은 역설적이게도 과학에 크나큰 기회로 다가왔다. 그의 병례는 뇌와 병의 인과를 가장 또렷하게 보여주는 사례로서 뇌과학계에서 가장 널리 인용되어왔다. 2008년 사망 전까지 100명 이상의 연구자가 헨리의 사례를 연구했으며,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기억’과 ‘학습’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이 헨리를 통해 밝혀졌다.

예를 들면, 기억이 몇 단계의 개별 처리 과정으로 나뉜다는 것, 기억이 뇌 전체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고 각각의 처리 과정에 기반이 되는 대뇌회로가 따로 있다는 것, 기억의 종류가 둘 이상으로 나뉜다는 것, 기억하지 못해도 학습하고 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 등이다. 기억 연구의 핵심 주역인 수잰 코킨 박사는 46년간 연구에 함께했던 헨리 몰레이슨의 헌신적인 연구 참여와 인간적인 삶을 사려 깊게 세상에 전하며, 독자를 뇌과학 역사 60년의 생생한 현장으로 이끈다.


프롤로그 머리글자 H.M.의 주인공 ∥ 1장 비극의 서곡 ∥ 2장 솔직히 말해서 실험적인 수술 ∥ 3장 펜필드와 밀너 ∥ 4장 30초 ∥ 5장 기억은 이것으로 만들어진다 ∥ 6장 나하고 논쟁하고 있습니다 ∥ 7장 부호화, 저장, 인출 ∥ 8장 기억할 필요가 없는 기억 1: 운동기술 학습 ∥ 9장 기억할 필요가 없는 기억 2: 고전적 조건형성, 지각 학습, 점화 ∥ 10장 헨리의 우주 ∥ 11장 사실지식 ∥ 12장 유명세와 건강 악화 ∥ 13장 헨리의 유산 ∥ 에필로그

 

목련꽃 그늘 세트(전 2권)

책이라는 것은 읽는 이로 하여금 참 묘한 느낌을 자아내게 한다. 책이라는 것을 읽노라면 난 어느새 책속의 주인공이 되고, 또는 그 주변의 인물이 되고만다. 그래서 일까...예전부터 책 읽는것을 참 좋아하던 난 아직까지도 책읽는것이 유일한 취미가 되고 말았으니.... 요즘 한참 빠져서 읽는 책이 하나 있다. 김하인씨의 소설이다. 처음엔 그저 통속적인 소설이려니,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랑이야기겠지 싶었다. 읽는이마다 느낌이 다르겠지만, 내가 느낀 감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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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빛이라면

미리보기로도 보고 작가님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미리 시를 접해보고 구매했어요. 시가 참 마음에 들고 시 옆에 작가님이 겪었던 이야기들이 적혀있는데 공감되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다 읽고 제가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선물해주려고 해요. 작가님의 말투가 특히나 마음에 들어요. 담담하면서도 깊이가 있어요. 그리고 음..뭐라해야하나 작가님이 젊고 여자분이라 그런지 시를 읽으면서 시에 쓰이는 표현들이 불쾌하다거나 어색한 느낌이 안들었던것 같아요. 나이가 있는 남자 시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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