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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의 감정

소읍읍 2024. 2. 28. 06:24


시를 읽었다. 간간히 시를 읽었지만, 한 권의 시집을 끝까지 읽은 건 정말 오랜만이다. 작년 한 해 읽은 시집이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시를안주지 못했다. 아니, 시를 읽지 못했다는 게더 맞다. 김지녀의 시집 『시소의 감정』을 시작으로 시를 만나는 시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김지녀의 시집을 읽으면서 시인에게 세상의 모든 것은 시가 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아니, 그건시를 쓰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것이리라. 시인에게 모든 것은 시로 귀결되는 건 당연한지 모른다. 아니, 시를 쓰는 동안만 시에 집중할까. 어리석은 생각이라는 걸 안다. 나는 시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튼 김지녀의 시는 시가 가진 거리감보다 조금 가깝게 느껴졌다. 내게 그러했다는 말이다.이런 시 때문이다. 에이, 라는 점에서 그들은 동일하다 낮에도 밤 같은 방에서 작은 여자 A는 밥 먹고 잠잔다 그리고 가끔, 웃는다 아직 오지 않은 애인을 위해 문을 걸어 잠그고 요리를 한다 매일 작은 여자 A와 무관하게 큰 여자 a는 계란을 삶는다 아직 떠나지 않은 애인을 위해 고개를 숙이고 흰자에서 노른자를 골라 쓰레기통에 버린다 그러나 웃는다 가끔, 초인종이 울리기도 한다 작은 여자 A와 큰 여자 a는 말을 하거나 하지 않는다 문을 열거나 하지 않는다 그들은 에이, 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작은 여자 A와 큰 여자 a는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덜컹거린다 서로를 알아채지 못한다 - p. 30~31 <A 그리고, a> 전문 재미있는 구조의 이 시는 슬프기도 하고 마음이 울컥하기도 한다. 작은 여자A 와 큰 여자a는 같은 여자이거나 다른 여자이거나 그럴 수 있다. 아니면 당신이거나 나 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인이 사물이나 사람에 대해 주의깊게 관찰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니까 시인은 애정을 갖고 모든 것을 바라보았다는 것이다.문득, 내가 밥을 차리는 모습이나 물이 끓는 주전자를 바라보는 모습이 어떨까 묘사하고 싶어진다. 뜨거운 김이 나오는 주전자 입을 주시하며 비스듬히 서 있는, 단단하게 굳은 얼굴로 식탁에 앉자 큰 김치통에서 김치를 꺼내어 작은 접시에 덜어 놓는,걸레를 빠느라 화장실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베란다에 기대어분주하게 출근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는모습 말이다.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또 하나의 시가 있다. 키가 계속 크는 사람과 키가 계속 크지 않는 사람이 만 나 악수를 하고 있다 아주 커다란 바지를 입으면서 바지 밑단으로 빠져나오는 또 커다란 발을 보면서 키가 계속 크는 사람은 구부정하게 버스를 타고 어깨동무도 없이 길거리를 타박타박 걷고 대문짝만한 이빨을 보이면서 아래로 아래로 눈길을 주고 계속 키가 크지 않는 사람은 아주 작은 신발을 신고 발 닿지 않는 의자에 앉아 발을 흔들거리다 종종걸음으로 달려와 모자를 벗고 손을 내밀면서 위로 위로 눈을 맞추고 있다 키 큰 사람과 키 작은 사람이 저렇게 나란히 서서 기타 를 치고 노래한다면 이 끝과 저 끝의 중간쯤에서 슬픔도 만나 몽글몽글한 웃음이 될까 가슴 닿는 포옹 한 번쯤 할 수 있을까 커다란 손이 작은 손을 감싸 쥐며 악수를 하고 있다 키가 커서 키가 작아서 슬픔과 슬픔이 만나서 반갑게 웃고 있다 - p.61 <슬픔과 악수하는 사람들> 전문 김지녀의 시에 대해 말할 때 가장 먼저 이야기 하고 싶었던 시는 바로,시집을 열면 마주하는 첫 번째 시다. 이 시는 시집의 마지막 시를 읽을 때까지 맴돈다. 그건 이 시집 전체를 보면 좋은 건 아닐 수 있다. 대표적인 시로 각인되는 건 무조건 좋은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라도 반할 수 밖에 없는 정말 아름다운 시다. 이것은귓속에 자라나는 돌멩이에 관한 기록이다 귓가에 얼어붙은 밤과 겨울을 지나 오랫동안 먼 곳을 흘러왔다 시간을 물고 재빠르게 왔다 부서지는 파도의 혀처럼 모든 소리들은 투명한 물결이 되어나에게 와 덧쌓이고 뒤척일 때마다 일제히 방향을 바꿔 내 귓속, 돌멩이 속 으로 돌돌 휘감겨 들어간다 이것은 소리가새겨놓은 무늬에 대한 기억이다 돌멩이의 세계에는 지금 비가 내리고있다 창문을 닫고 누워 처음으로 지붕이 흘려보내는 말을 들 었을 때 나는캄캄한 밤을 떠다니는 한 마리 물고기에 불 과했다 몸에 붙어 있는 비늘을 하나씩 떼어 내고 조금씩 위로 올라가 지붕에 가닿을 듯그러나 가닿지 못하고 지붕 위에서 소리들은 모두 꼬리지느러미를 흔들며 사라졌다 빗 소리가 해를 옮기는동안, 내 귀는 젖어 척척 접히고 나는 자꾸만 아래로가라앚아 갔다 천천히 단단해지며 돌멩이 가 또 한 겹, 소리의 테를 둘렀던 것이다 언젠가 산꼭대기로 치솟아 발견될물고기와 같이, 내 귓속에 는 소리의 무늬들이 비석처럼 새겨져 있다 p. 15~16<耳石> 전문 김지녀의 시는 일상의 관찰과 기록, 동화적 소재를 통해 환상의 세계로 이끌어 슬픔을 달래는 작업을 하는 듯 보인다. 시 <오르골 여인>를 보면태엽을 감아요 어떤 예감처럼 팽팽한 느낌이 나쁘지 않/죠 누군가 벽을 타고 오르고 있어요 그리다 만 벽화 같아/요 내 얼굴을 밟고 지나간 발자국 같아요/ <기린과 나> 에선 껌벅이는 눈, 기린이 긴 혀로 날름거리며 나를 핥고 있다 / 나는 콧등에서 발등까지 순식간에 흐물거리다 녹아내린다 / 이것은 적도가 내 몸을 통과하고 있기 때문 / 한차례 소나기 후, 오후가 끈적해졌기 때문 /<마녀의 저녁 식사>란 시도 그렇다.그림자는 남쪽으로 걷지요 동시에 / 난 북쪽으로 떠나요 / 슬픈 얼굴로 그림자를 행해 안녕, / 크게 손을 흔들며 안녕, / 그림자와 멀어질수록 자꾸 웃음이 나요/ 이런 시도 좋다. 이곳에서 나는 망명한 짧은 역사(歷史)가 된다 나는 내 방이 없다 창문과 책상과 침대가 없다 침묵은 나와 다른 시간에게 겸손해지는 일 당신은 나를 짚어 가며 아무 곳에나 쉼표를 찍고 두세 페이지를 쉽게 건너뛸지도 모르지만 나를 떠나 다시 나에게로, 회귀본능의 어류처럼 내 기억은 당신의 길 밖에 있다 가는 비가 내리면, 나는 당신이 아무렇게나 쌓아 올린 책의 어디쯤에서 선사시대의 금 간 유물처럼 단단해진다 들춰 보지 않는 시간 속에서 오늘 내 말은 비석처럼 차가워지고 당신은 종이에 물을 뿌려 나를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묻어 나온 것들은 간혹, 당신이 읽어 낼 수 없는 나의 여 백이거나 서쪽에서 동쪽으로 번지는 먹구름이거나 나는 여기서 쉼, 표를 찍는다 당신을 쓸며 간 바람의 필체를 그냥, 흔들림이라 말할 수 없듯이 누웠다 일어나는 일은 내게 오래도록 잠수했다 물 위로 떠오르며 내뱉는 호흡 같은 것이다 어제와 같은 길을 걷는 일 그것은 흐르고 흘러 제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비 온다 가지 않는 비가, 내 역사를 소란스럽게 두드리 며 간다 당신이 책을 덮은 뒤에 내 체온은 더욱 뜨거워질 것이다 - p. 80~ 81 <이 말을 당신의 의자에 앉아 쓰고 있다> 전문 시를 읽는 동안 나는 책이 된다. 그리고 비를 만나고 빗소리를 듣는다. 진짜 비가 내리는 깊은 밤에 읽게 되다면 더 좋겠다. 비가 오면 나는 이 시집을 꺼내들고 귀를 열어 빗소리를 들을 것이다. 그럼 그 밤에 나는 슬픔을 달래주는 시의 속삭임을 듣게 될것이다.
살아 숨 쉬는 입체적 이미지와 팽팽한 긴장감으로 21세기 신(新)서정의 탄생을 예고한 김지녀의 첫 번째 시집
오르락내리락, 그녀와 팽팽한 시소게임을 벌이는 사이,
당신의 체온은 더욱 뜨거워질 것이다

2007년 제1회 〈세계의 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은 시인 김지녀의 첫 번째 시집. 최근 등단한 젊은 시인 가운데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시인을 꼽으라면 단연 김지녀다. 흔히 난해하다고 표현되는, 자폐적이고 소통 불능인 요즘 시들 사이에서 그녀는 폭넓고 유연한 사유로 서정시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가며, 자신만의 밀도 높은 시 세계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 시집에 실린 51편의 시편들은 무게가 같은 두 존재를 양편에 올려놓은 시소처럼 어느 쪽으로도 기울거나 치우치지 않고 팽팽한 긴장감을 빚어낸다. 특유의 섬세함과 간결함이 돋보이는 매혹적이고 투명한 그녀의 시들은 아픔이 아프지 않을 때까지 당신의 슬픔을 어루만져 줄 것이다.



 

[오늘의영어단어] suckle,caesarean,linz,zoea,retaliatory

오늘의영어단어한번에 많은 단어 외우면 머리 아프니까 매일매일~ suckle ( …에게 젖을 빨리다 ) suckling ( 젖먹이 )Marsupials and Eutherian mammals have teats from which their young suckle milk 화성인과 유테리아인 포유류는 어린 젖꼭지가 있는 젖꼭지를 가지고 있다Honeysuckle is a bright red pink color 39 인동 덩굴 39 색은 밝은 레드 핑크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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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마리아인들

#나쁜사마리아인들 #장하준 #균형- 짝퉁 제조나 복제품 제조는 현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발명된 것이 아니다. 오늘날의 선진국들은 지식의 관점에서 볼 때 후진적이었던 시절에 하나같이 다른 나라 사람들의 특허권과 상표권, 저작권을 닥치는 대로 침해했다.- 결국 현실적으로 중요한 것은 지적소유권 보호가 좋으냐 나쁘냐 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사람들을 격려해야 할 필요성과, 지적소유권으로 인한 독점 때문에 빚어지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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