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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오프라인서점(특히 동네 작은 책방)이 갖는의미를 다룬 책을 몰아 읽고 있다. 인터넷 서점에서 손쉽게 책을 구입할 수 있는 지금, 여전히 사람인 서점원이 존재하는 오프라인 서점이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의도가 아니라 우연히 인생 책을 만나는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서이다. 나는 이를 위해서점에 가기도 하지만, 예스블로거이므로 취미 생활처럼 랜덤블로그 를 타고 돌아다닌다. 곧 파워문화블로거 14기도 선정하던데, 예스이십사가 인터넷 서점이 갖는 보편적한계를 극복하면서도 다른 인터넷 서점에비해사람 냄새 나는 환경을 구축하고 싶다면 이 점을 꼭 염두에 두어야 할 테다. 몇 년 열혈 블로거로서 여기에서 지내본 바 잘 되어가고 있는 편이라고 생각한다.아무튼 최근에 친구블로그에서 건축가 오기사 신간이 나왔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으로 위시리스트에 담아두었다.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고 여행을 즐기며 한국의 빌브라이슨처럼 내향적으로 소심하게 글로 투덜거리기를 잘하는 그의 책을 몰아서 찾아 읽고 신간이 나오면 구입해 읽던 때가 있었다. 이번 신간은 게다가 중국 여행기이다!! 당장 구해 읽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읽고 중국에 다녀와 동이 서생 오기사 라는 부제를 붙일 수 있는 정도의 인문학적 소양이라니!! 건축가가 갖추기 쉽지 않은 듯해보인다. 가이드북이 아니라 고지도와 한국에서 가져간 구글맵(중국에서는 이런 저런 이유로 검색을 막아 두었다고), 그리고 자신의 촉과 방향 감각을 바탕으로 옛 성터와 물길, 골목들을 걷고 또 걷고 있다.전작 "그래도 나는 서울이 좋다 : 흔적과 상상, 건축가 오기사의 서울 이야기": http://blog.yes24.com/document/6817313에서 서울 곳곳을 걸었고, "오영욱 지도그림책 인생의 지도 : 오기사가 그리는 불행의 미학과 치유의 여정": http://blog.yes24.com/document/7837507에서지도에 대해 깊이 생각했던 그다.이 책에서 특히 재미있었던 부분은 동아시아에 있다는 사실 말고는 서로 너무 다른 한국과 중국, 일본 문화와 사람들 성향을 그 나라 특유 건축, 공간 특성과 함께 풀고 있는 점이었다.나도 언젠가 이 책 속 오기사처럼 중국 이곳 저곳을 혼자여행하고 싶다. 가능하면 교환 교사나 학생 신분으로일정 기간 생활하고 싶기도 하다. 97년에 부모님 따라 강제로 끌려가듯 베이징에서 1년을 살았다.삶의 모습과 문화는 다양하므로 내가 사는 삶 방식 만을 진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세상 일은노력해도 내 마음되로 되지 않는다,풍족과 부족이라는 건 상대적이어서 종이 한 장 차이도 나지 않는지도 모르니 마음의 문제다 같은 생각을어린 중학생 나이에 배워 나갔다. 그리고 중국어가 남았다. 지금은 전처럼 중국을 싫어하지 않으니, 그리고 언어를 할 줄 아는데 썩히기 아까우니어른이 된 지금 다시 가고 싶다. 이런 배경 때문에 오기사가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중국 구조와 문화적 특성, 중국인 성향을 읽을 때마다 무슨 이야기인지 너무 알겠었고 공감했다. 혼자 가는 이유는 같이 갈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그 이유는 사람들이 풍문으로 들은 바대로 가지고 있는 중국에 대한이미지가 오기사가경험한 (안 좋은) 기억들과 대부분 일치하기 때문이다.매우 넓은 마음이 없다면 이해하고 견디기 쉽지 않을 테다.왜근현대를 지나온 중국 사람들은 보통 시끄럽고 무질서하고 무개념하고 느리고 꼼꼼하지 않다는 편견을 세계인들에게 심어주게 되었을까. 내가 경험한 중국인들은 (특히 베이징 대도시에 살아서 그런지) 무엇을 빼앗기거나 자신이 피해를 볼까봐 항상 초조한 상태였다. 오기사가 경험한 새치기 같은 문화는 위와 같은 맥락에서 생활 속에서 매우 자주 경험할 수 있는 예다.오기사는 건축학적인 가설을 세운다. 이 지점에서 ㅂㄷ 교수님께서 제기하셨던 자기 중심, 타자 중심 이 다시금 떠올랐다. 대학원 강의를 들을 때 자신의 철학적 이론을 말씀해주시면서 한국인과 중국인, 서양인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그때 내가 생각했던 바는 내가 아는 중국인들은 장사꾼 특유 자신이 손해보지 않을 정도로 내줄 수 있는 건 쉽게 포기하고 내줄 수 있지만,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고집스럽고 이기적일 만치 지킨다는 생각이었다. 중국인에게는 그게 자본인 듯하다.교수님께서도 사회주의 공동체를 강요하면서도 사실 몹시 개인주의적인 면도 공존하는중국 특성에 대해 말씀하셨다. 오기사는 자신이 직접 걷고 보면서 중국 전통 가옥 구조 특징 중 하나로자신의 집 둘레에벽돌로 튼튼하게 벽을 높게 쌓았음을 발견한다. 아마도 중국인들이 시끄러운 이유는 벽을 사이에 두고옆집 사람들과 소통하면서누구 목소리인지 알아채고 말을 알아들어야 했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근본적으로는 땅덩어리 넓고 평지가 많은 중국에서 외적 침입을 자주 받다보니 튼튼한 성벽을 쌓아서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이 컸기 때문에 중국 건축이 벽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가설을 제기한다. 아니면 그런 생각은 후세에 이유를 갖다 붙이기일 뿐이고 사실은 우연히 그렇게 생활해보았더니 편리해서 습관으로 굳었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나는 전자에 공감하며 나라가 자주 바뀌었다 는 점은 중국인들 유전자에 오랫동안 무의식으로 남아 사회주의 체제이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자본주의적인 현대 중국에서 생활하는 중국인들 마음을 몹시 불안, 초조하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내가 생존하면 된다고 믿고 있는지도, 또 경제가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으므로 남들보다 좀 더 성공하고 싶다는 욕망이 많을 테다."폐쇄적으로 겹겹이 방어적인 모습을 갖는 1500년 전 도시의 모습은 현대의 중국 도시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외침이 많은 평원 지대에 살았고 나라가 너무 자주 바뀌었기에 무의식적으로 외부와 단절된 도시를 갖게 된 것이라고 분석할 수도 있겠지만 여러 가능성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서역의 주거 형태를 들여왔을 수도 있고 춘추시대의 개념적인 설계였을 수도 있는 것이다.확실한 것은 한반도의 오랜 조상들이 구들을 덥혀보니 살기에 좋아 계속 사용해왔던 것처럼, 담을 높게 둘러보니 그런 공간에 익숙해지면서 중국에 사는 사람들의 습성까지 바뀌어버렸다는 사실이다. 높은 장벽에 익숙하지 않은 외부인은 이러한 도시구조에 불편을 먼저 느끼지만 반대로 중국인들이 사방이 트인 곳에 놓인 입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떤 것도 완벽한 답은 없이 장점과 단점이 공존한다.요새처럼 담을 두른 집에 살면서 소리 높여 고함을 질러 이웃집 사람과 소통하는 커뮤니티가 생성되었다. 안을 엿볼 수도 바깥을 살필 수도 없는 집이기에 중국인들에게는 소리를 듣고 상대를 파악하는 능력이 중요했을 것이다. 중국인이 시끄러운 것은 워낙 많은 인구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잃지 않기 위해서기도 하겠지만 그들이 살았고 익숙해진 도시구조에 기인한 바도 크다." 256쪽.오기사는 중국을 다니면서 이들의 미적 감각에 대해 아쉬워하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자본주의적으로 돈이 될만한 전통은 밀어버리지 않고 유지하는 지점에 대해 안도하기도 한다. 중국에서 아름다움이 없고 삭막함만 보이는 이유로 저자는 중국인들이 귀여움을 잃어버렸기 때문 이라고 가설을 세워본다. 석사 때 논문 쓰며 공부한 바에 따르면 이상적인 아름다움은 우미와 존엄 , 아름다움과 숭고함 과 같은 속성을 내포한다. 광고를 제작할 때에도 아기와 동물을 이용하면 절대 망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일반인들이 예나 지금이나 쉽게 예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대상은 작고 귀여워서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아름답다는 말의 어원에는 안아주고 싶다는 말도 들어있단다)속성을 가지고 있다."아쉽게도 독재 정권이나 공산주의 권력은 귀여움의 가치를 잘 몰랐다. 그들은 세상을 바꾸는 힘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알지 못했다. 도리어 귀여움을 느끼는 감성의 통로조차 막아버렸다.귀여움이 사라진 세상에서 사람들은 기존의 아름다운 것을 판단하는 능력도 잃었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모든 것이 새로운 아름다움의 기준이 되었으나 강압에 의한 작위적인 미의식이었을 뿐이다.중국 공산당이 대륙을 지배하는 동안 사람이 드러낼 수 있는 귀여움은 사라졌다. 예전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맡은 일에 충실하다가 가끔씩 유머감각을 발휘한다거나 작은 실수를 저지른 후 멋쩍은 미소를 짓는 식의 귀여운 매력은 죄악이었다. 반동분자를 물색해 찾아낸 다음 큰 목소리로 공안에 신고 후 어깨를 으쓱하는 것이 올바른 행동이었다. 목소리가 클수록 더욱 가치 있는 자세로 평가를 받았다.사물에관한 것도 마찬가지였는데 무엇을 만들 때 만든 이의 감각이 들어갈 여지가 없었다. 손잡이는 손잡이의 기능을 하면 되었고 단추는 옷만 잠글 수 있으면 되었다. 글씨체는 얼마나 지시가 잘 전달되는지에 의해 가치가 매겨졌고 TV 뉴스의 배경은 사람들이 다른 생각을 할 여지를 주지 않으면 훌륭한 것으로 인식됐다. 수십 년 동안 귀여움을 느끼는 방법을 잊었던 중국인들은 개방 이후 경제대국이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감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많은 것들이 귀여움이 제거된 채 만들어지는 중이고 미적 가치로 확장시킬 엄두는 내지도 못하고 있다. 사람들은 얼마 전까지 그랬듯이 목소리를 높여 이야기하고 그게 귀엽지 않은 행동이라는 것을 모른다." 204-205쪽.생각해보면 오기사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tvN "알쓸신잡"보다도 훨씬먼저 공간에 대해 이야기해온 작가다. 공간과 거기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고방식이나 생활양식을 만들어가는지 알고 싶으면 그의 전작들을 찾아보라.무척 재미있다. 이 책에서는 아래 내용이 인상 깊었다. 한국은 산이나 물 같은 자연을 두고 거기 맞추어 길을 만들거나 건축을 해왔다. 중국은 길게 쭉 뻗은 대로가 많단다. 마을에 집들을 배치하거나 궁궐, 절을 만드는 방식의 차이에 대해서도 책에서이야기하는데 흥미롭다. 오기사가 좋아했다던 영화 "중경삼림" 배경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2월 초 홍콩섬 소호에서. 오기사 글이 가진 매력은홀로걸으며 생각하다가 의미 있는 가설을 세워 독자에게 던져보는 데 있다.다소 개인적인 감상과 경험치가 섞여 있어 어떤 이에게는 에이~ 말도 안 돼. 라고 생각하게 만들 수도 있을, 하지만 나는 매번 오, 말이 되는데? 라며 공감하는 그런 지점들이다. 특히 올 겨울에는 홍콩, 마카오 여행을 다녀왔기 때문에중국 여행기 중에 양념처럼 덧붙여져중국과 비교 대상으로 삼은 그 짤막한 여행기들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과거와 현재가, 동양과 서양이 공존하는 그 미묘한 경계 지역들(그런데 또 홍콩과 마카오는 매우 다르다)이보여주는 매력을 방금 경험하고 왔기에 공감했다. 그러고 보면홍콩이 영국스럽고, 마카오가포르투갈스럽듯, 칭다오는 독일스러운 면이 있고 상하이는 프랑스스러운 면이 있다는 점이 새삼스러워졌다. 제국주의 시대에 중국은 서양이 보기에 참 탐나는 곳이었나보다. 어서 칭다오에 가야할 이유가 생겼다. 왠지 이 책을 읽으며 칭다오 맥주를 함께 마셔야할 듯해 요렇게 구색을 갖추고 독서했다. ㅎ
신경 끄고 살고 싶은 껄끄러운 이웃나라 중국
언제부턴가 무례하고 시끄러운 손님이 되어버린 중국인
우리 눈에 보이는 것 말고
진짜 중국의 중국인은 어떤 모습일까?

평생 중국에 가볼 마음은 없더라도
꼭 알아둘 필요는 있는 중국 이야기

중국인은 왜 시끄러운가 는 오늘의 중국을 만든 것들, 역사와 혁명과 공산주의와 자본주의가 이룩 해낸 낯설고도 친숙한 세계를 찾아가는 역사문화 탐방기다. 건축가 오영욱은 고지도에 의지해 2천 년 중국의 주거양식과 도시구조를 투시해보고, 마사지 가게와 허름한 국수집, 낡은 택시와 좁은 골목길에서 중국인의 삶을 관찰하고, 평원과 폐허와 유적과 기차역에서 사라진 시간을 복원해낸다


여정을 시작하기 전에
충칭重?
청두成都
베이징北京
칭다오??
난징南京
마카우澳?
광저우?7州
상하이上海
뤄양洛?
시안西安
다시 베이징
홍콩香港
후일담